[앵커]
농막,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농사를 짓다 잠시 쉬거나 창고처럼 쓰려고논이나 밭에 만든 임시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이게 주말 별장이나 노래방 같은 엉뚱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법의 헛점을 파고든 겁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농지에는 농기구나 농산물을 보관하고 일하다가 잠깐 쉴 수 있는 간이 건물인 이런 농막을 설치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원래 목적과 다르게 쓰이거나 화재에 취약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터에 복층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나무판으로 확장한 마당에 햇빛을 가리는 지붕이 놓였고, 주변 산책길까지 그야말로 별장을 방불케 합니다.
커튼이 달린 천막 아래엔 식탁과 난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농지, 밭입니다.
[마을 주민]
"(농사는 지어요?) 한쪽에 조금 짓던데 작년에는 안 했어. 집터 자리는 좋아."
이게 가능했던 건 농사용 창고나 쉼터로 쓰여야 할 농막으로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면사무소 관계자]
"데크도 그렇고 처마 끝에 기둥까지 있으니 면적도 끝까지 산정이 될 테고 불법 사항이 있는 거네요."
이 마을에서만 신고된 농막은 4백여 개, 마을 전체 가구의 37%에 달합니다.
취재진이 간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지이용계획 상 이곳은 논으로 돼있는데요.
땅주인은 이곳에 자갈을 깔고 가설 건축물과 카라반을 갖다 놨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시청 관계자]
"자갈 까는 거 자체가 불법이에요. 사용 안 하더라도 거기다가 (카라반) 적치해 놓는 것도 농지법 위반이에요."
안에는 대형 모니터와 노래방 기계를 갖춰놓고 주변엔 불을 피운 흔적이 선명합니다.
농사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 농막으로 신고해 법을 교묘히 피했습니다.
[마을 주민]
"거기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몰라. 완전히 살림집으로 꾸며놓은 것 같은데. 겉에서 보면"
농막은 거주나 장기간 숙박이 불가능한 대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지을 수 있습니다.
세금도 없습니다.
전기와 수도, 화장실 설치가 가능하다 보니 주말 별장처럼 쓰는 경우가 속출하는 겁니다.
한번 두면 3년을 쓸 수 있고, 이후 연장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이때 점검을 해 불법사항을 조치할 수 있지만, 수백, 수천 개 넘는 농막을 하나하나 점검하기엔 힘에 부칩니다.
[지자체 관계자]
"무조건 연장신고 때는 불법 사항이 다 걸리거든요. 저 혼자서 (농막) 연장신고뿐만 아니라 환경 업무도 해야 하고…"
조명과 냉난방용으로 전기를 써 화재 위험도 큽니다.
야산 중턱에 있는 이 농막은 지난 연말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습니다.
인근 산에 옮겨붙어 큰 불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안에는 농기구 같은 건 없고 살림살이와 도자기가 가득합니다.
소화기도 없습니다.
[마을 주민]
"(농막에) 소화기 안 갖다 놓지. 계속 사는 데가 아니니까."
농막은 진입로가 좁고 인적이 드문 야산이나 농지에 있어 불이 나도 소방차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
"소방차가 (진입 못 해서) 저 밑에서부터 저 꼭대기까지 40~50대가 있더라고"
농막이 엉뚱한 용도로 변질되는 걸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입니다.
영상취재:박영래 정승환
영상편집:유하영
김태영 기자 live@ichannela.com